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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레이시아 라이프

데사루 웨스틴 호텔을 둘러보며 담아본 이야기

seasonal taste 외



--> 데사루 웨스틴 객실이 궁금하다면? 새로 생긴 데사루 웨스틴 호텔 이야기- 객실편 with 소음문제


학창 시절 부터 나는 곧 잘 아픈 아이였다. 친구들이 종합병원이라고 이름을 붙여줄 정도였다. 

특히 위가 안 좋아서 심했을 때는 일년에 몇 번씩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하였고, 밤에 자려면 위산이 역류하여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한 불편한 상태에서 억지로 잠이 들기도 했다. 


병원을 가면 하나 같이 하는 말은,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라, 너무 맵고 짠 음식은 피해라 등 정말 판에 박힌 말 뿐이었다. 그래서 내가 먹는 것에 항상 조심하고 있고 과식이나 흡연, 과한 음주는 하지 않으며 지낸다고 설명하였지만 의사의 표정은 늘  '너가 그걸 정말 다 지킨다면 절대 아플 일 없어' 라는 말을 대신 하고 있었다. 사실 내가 의사를 만나 알고 싶었던 것은 하지 말라는 거 다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 "나는 왜 아픈건가요?" 라는 거였는데 말이다. 


하긴 나를 잘 안다는 주변 사람들조차 아파서 의사를 만나고 온 이야기를 해주면 "너가 예민한 성격이라서 그래" 라는 말로 마치 나의 정신 상태가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되었기에 이 문제를 평생 난치병 처럼 안고 가야 하는 것처럼 결말을 내어주곤 하였다. 


어느 순간부터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은 내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'예민한 성격' 이라는 부정적인 이름이 붙여졌고, 그들이 붙여준 그 '예민한 성격' 이라는 것은 내가 아플 때마다 요긴하게 꺼내 쓸 수 있는 병의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. 


어쨌든 그러다가 작년에 검진을 하면서 우연히 병원을 바꿨는데, 내가 선척적으로 담낭이 없어 특히 육류는 더 소화가 잘 안되었을 거라는 이야기와 규칙적인 식습관인데도 위가 아프면 식사량이 너무 적어서 그랬을 수도 있으므로 식사량을 늘려 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. 


'소화가 안되서 조금씩 먹는데 오히려 식사량을 늘려보라고?'


좀 놀라긴 했지만 '예민한 성격이라던가 불규칙적인 생활 습관' 이라는 원인 대신 새로운 가설과 처방(?)을 내려 준 것이라 실천해 보기로 했다. 그 후로, 원래는 밥 반 공기를 매끼 먹었다고 치면, 매끼에 밥 한공기를 먹는 것으로 늘리고 (밥 양이 많아도 쉽게 먹게 되는 김밥을 주로 먹게 됨) 운동 후에도 바나나 같은 탄수화물을 추가적으로 더 먹으며 지냈다. 


그렇게 7개월이 흐른 지금, 나는 마치 원래부터 위 하나는 건강했던 것처럼 진짜 몇 십년만에 밥 먹는 것이 즐거울 정도로 위가 편해졌다. 물론 예전에 비해 몸무게는 2kg 정도 늘었으나, 운동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오히려 몸은 가볍다. 그리고 위가 편해짐과 동시에 턱 밑 피부 트러블도 줄어들었고, 수면의 질도 정말 좋아졌다. 거기에 무엇 보다 여행 가서 늘 입방정 처럼 말했던 '호텔의 꽃은 조식이지!' 라는 말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.

  

조식당 seasonal taste



데사루 웨스틴에서는 Seasonal Taste라는 식당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. 말레이시아 로컬 음식, 다양한 빵 종류, 생과일 쥬스, Noodle Station 등 종류는 충분히 많았다. 그 중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야채를 고르면 본인이 원하는 소스 (굴소스, 간장 등)를 넣고 즉석에서 볶아 주었다는 점이었는데 아침부터 흰 쌀밥에 먹으니 꿀맛이었다. 



데사루 웨스틴 조


딤섬


야채 볶음


fresh juice


그렇게 한바탕 배부르게 먹고 호텔 산책을 하러 나갔다. 무언가 탁 트인 공기와 맑은 하늘이 오랜만에 반가웠다. 매일 매일 일상을 살아가면서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늘 한번 제대로 못 쳐다보고 지내다가, 이렇게 여행이라도 와서 무심코 하늘을 보면 항상 있었지만 알아 차려주지 못했던 그 아름다움에 덜컥 미안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. 


  

desaru westin


westin desaru garden


westin desaru pool



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하였듯이, 내가 투숙하는 3일 내내 투숙객이 거의 없어서 호텔 전체를 통체로 빌린 것 같이 생활 하였는데, 진짜 이렇게 조용히 수영장을 이용해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. 볕이 워낙 좋아서 물도 따뜻했고 습하지 않은 공기에 그늘에 누워 있으면 시원하게 책 보고 낮잠도 즐길 수 있었다.


다만, 단점은 큰 호텔 규모에 비해 수영장이 작다는 점이었다. 현재는 프리 오프닝이라 투숙객이 많지 않아 (특히 주중에 투숙한다면) 괜찮지만, 그랜드 오프닝을 했을 경우는 수영장 쪽 선베드를 잡기 위한 자리잡기 전쟁이 날 것 같았다. 


beach bar


desaru beach bar



물론 해변가(데사루 비치)에도 선베드가 놓여져 있다. 호텔 투숙객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유료(200링깃 이었던 듯)로 제공한다고 안내문이 있었다. 따라서 100프로 호텔 투숙객만 사용하는 private beach 는 아닌 듯 했다. 바닷물은 몰디브 같이 아주 맑고 투명한 바다는 아니었지만, 그래도 깨끗했고 모래도 잘 정돈되어 있어서 바다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았다. (단 암석이 있는 곳도 있으므로 조심!)


 

데사루 비



몸이 아프기 시작한 다음부터 운동은 웬만하면 거르지 않고 하는 편이라 여행을 가도 헬스장은 항상 들리는 편이다. 처음에는 억지로 의무감처럼 다니던 헬스장이었는데, 이제는 안 가는게 이상할 정도로 하나의 생활 처럼 되어 버렸다. (뭐 그렇다고 멋진 몸은 아니고 현상 유지는 할 수 있는 정도다.ㅋ) 

데사루 웨스틴 호텔은 역시 새 호텔이라 운동 기구들도 좋은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고, Gym에 투자하는 웨스틴 호텔 계열이라 근력 운동, 유산소를 할 수 있는 기계들부터 스트레칭, 요가, TRX를 할 수 있는 요가룸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. 


gym at westin


gym at westin desaru



어쨌든 3일 투숙하는 동안 호텔 밖을 나가지 않아서 삼시세끼 다 호텔에서 해결 하였는데 메리어트 멤버십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, 음식 사진을 너무 못 찍어 생략하지만 음식은 Prego, Beach bar, Seasonal Taste 세 군대 다 맛있었다. 특히 저녁때는 beach bar에서 happy hour를 해서 약간 저렴하게 맥주와 치킨을 먹을 수 있었는데, 한국 양념치킨 맛에 가까운 거라서 더 좋았다. 다만 모기가 많아서 팔 한 군데에 10방 이상 물리는 대참사 발생하였지만,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었기에 모기에게 헌혈 한 것은 봐줄 수 있는 정도였다.  

 

아포가토



호텔을 체크 아웃 하는 날이 토요일이었는데, 확실히 주말에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아서 내가 투숙할 때 보다는 호텔이 북적 거렸다. 

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주중에 호텔을 방문하는 것이 덜 복작거리고 좋을 것 같다. 


집에 돌아갈 때는 버스가 아닌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하였다. 그래서 호텔에서 차를 미리 예약해서 (약 227링깃- 이번 여행에서 제일 큰 지출 이었다.) 왔는데 정확히 1시간 걸렸다. 작은 공항이라 번잡스러움 없이 체크인 하고 KL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.   



조호바루 공


johor bahru airport